제목 : (01) 만능한자(형성자)에 대한 이해
들어가며
동양사회에서 한자가 끼친 영향은 이루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작용되어왔고 현재까지도 진행형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동양사회의 역사적 문화적 기저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한자의 발전과 정착에는 핵심적 요소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무엇보다 한자의 조자원리 가운데 무한한 확장과 응용의 계기를 마련한 형성(形聲)의 개념이 바로 그 핵심적 요소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형성자(만능한자)의 개념
기본적으로 형성의 개념은 이전의 한자들이 지니고 있었던 표의문자의 단점과 제약들을 모두 일소함과 동시에 보완할 수 있는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한자의 단점을 극복하고 새로운 생성과 발전의 단초를 마련한 것은 이미 회의자에서 확인했듯이 합체(合體)의 원리였습니다.
하지만 두 가지 이상의 개념 연계와 새로운 의미의 도출이라는 회의(會意)의 방식은 보다 원활하고 효율적인 한자의 생성과 발전에는 다소 미흡함과 복잡함을 지닌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결합의 개념을 무한한 한자의 생성과 발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게 되었고, 보다 용이하고 편리한 결합의 적용 개념인 형성(形聲)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곧 새로운 자형의 생성으로 인한 문자 활용의 효용성 감소를 획기적으로 방지했던 합체(合體)의 원리는 이미 회의자와 그 역할을 공유했고, 여기에 회의자의 생성과 적용의 난해함을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던 음훈(音訓)의 분리 결합 원리가 한자 발전의 무한한 가능성을 열 수 있는 특성이 된 것입니다.
앞서 회의자의 개념 설명에서 다루었듯이 두 개 이상의 형체를 결합해서 새로운 형체의 글자를 만드는 합체의 원리는 회의자와 같지만, 보다 쉽고 편리하게 만들면서도 그 이해와 숙지까지 용이하게 만들 수 있는 의미를 표시하는 부분[形符(형부)]와 소리를 표시하는 부분[聲符(성부)]의 분리 결합의 특성을 적용한 무한한 한자의 생성원리를 생각한 것입니다. 바로 ‘의미 부분[形]과 소리 부분[聲]을 구분해서 결합하는 형성(形聲)’의 원리입니다.
《설문해자》의 형성(形聲)에 대한 개념 정리를 통해서 확인해 보면, "形聲者, 以事爲名, 取譬相成." (형성이란 사물로 이름을 삼고, 견줄 소리를 취하여 서로 합친 것)”이라 하여 사실적 사물로 의미를 나타내고, 비슷한 소리를 취하여 발음을 나타낸 두 개념의 결합된, 의미부와 발음부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글자를 그 범주로 보았고, '江', '河'로 그 예를 들고 있습니다.
아울러 형성자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생성 원리들은 형부와 성부가 독립적으로 결합된 것이 아니라 성부(聲符)가 발음 요소와 함께 의미 부분까지 작용하고 있는 원리입니다. 이것을 보통 ‘회의겸형성자(會意兼形聲字)’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형성자의 분류
형성자들을 분류하는 방법은 자형의 형태나 발음의 관계 등에 따라서 다양하게 분류하는데, 여기서는 기본적으로 자형의 구성 결합 방법에 따라 다음의 세 가지로 구분해봅니다. 물론 단독 결합의 형성자가 주종을 이루고 있습니다.
▷ 독체형성(獨體形聲)[단독 결합 형성자] : ‘음훈(音訓)’이 분명한 한자의 결합을 통한 형성자. 뜻부분과 음부분을 분리하면 명확하게 독립된 한자로 구분되는 형성자들. [예) 任(임), 冷(랭), 刊(간), 乎(호) 등]
▷ 생체형성(省體形聲)[생략 결합 형성자] : 소수 음부와 성부 중 어느 쪽이라도 본래 자형을 일부 생략해서 결합하고 있는 형성자들. [예) 亭(정), 受(수), 夜(야), 島(도) 營(영) 등 ]
▷ 합체형성(合體形聲)[추가 결합 형성자] : 소수 음부와 성부를 결합하면서 자형에 획을 추가해서 만들어진 형성자들. [예) 金(금), 牽(견) 등 ]
형성자(만능한자)의 활용
본 사이트에서 형성자를 ‘만능한자(萬能漢字)’로 별칭한 것은 그 특성과 활용이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수 만자가 넘는 한자의 90%를 상회하는 글자들이 형성자들이라는 것을 보면 그 위상은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결국 형성자는 회의자와 더불어 한자 활용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효율적인 한자이해의 핵심으로 정의될 수 있고, 또한 동시에 한자 학습에도 큰 바탕이 될 수 있습니다.
새로운 한자를 이해할 때 형성자의 개념으로 발음과 의미를 구분해서 자원을 접하면, 그 한자의 이해뿐만 아니라 결합된 개별 한자들의 이해, 그리고 부수의 응용까지도 손쉽게 학습할 수 있는 효과를 올릴 수 있게 됩니다. 형성자에는 반드시 성부(聲符)가 있어야 하는 점이 특징입니다. 그래서 대체로 의미 부분이 그 한자의 부수(部首)가 되곤 하는데, 성부가 그 한자의 의미에도 작용하는 한자가 많기 때문에 성부가 부수로 분류된 경우도 있습니다.
여기서는 형성한자들의 구성 분류 방식을 그대로 적용해 3개의 분야로 나누어 한자들을 묶었습니다. 이와 함께 각 분류의 세부 항목에서는 내용적으로 인간과 자연 등으로 구분해서 한자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한자의 자원(字源)에 대해 올바로 이해하고 한자의 발전과정과 필순, 그리고 예시단어나 성어, 파생되는 한자들과 구별해야 할 한자 등도 참고할 수 있습니다.
다만 워낙 많은 수의 한자들이 있기 때문에 내용적 분류가 다소 미흡한 점이 있습니다. 또한 육서의 분류나 자원의 설명은 <설문해자>를 중심으로 자전들과 일반적인 학설을 바탕에 두었습니다. 이설(異說)이 많기 때문에 이곳의 분류나 해설이 정확하다고는 확신할 수 없는 점을 재차 밝혀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