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01) 합체한자(회의자)에 대한 이해
들어가며
문자의 발생과 소통이 인류의 역사에 가져다 준 영향은 현대의 첨단과학을 월등히 능가할 수 있는 엄청난 것이라는 점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표의문자인 한자의 가장 큰 단점은 역시 각 글자들의 모양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고, 그것은 새로운 개념의 문자화에 커다란 단점과 제약을 가져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바로 여기에서 한자 발전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 결합의 개념을 생각하게 됩니다.
회의자(약속한자)의 개념
한자의 근원이 회화성에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모양을 본뜨는 상형자(象形字)나 본뜨기 어려운 개념을 부호로 표현한 지사자(指事字)에서 한 단계 발전된 문자로, 두 개 이상의 형체를 결합하고, 각 개념들을 연계함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도출해 내는 방식인 회의자(會意字)를 생각해 낸 것입니다. 곧 뜻[意]을 모으다[會]는 의미인 회의(會意)는 뜻글자의 특성을 십분 발휘한 획기적인 한자의 생성원리가 된 것입니다.
《설문해자》의 설명에서도 회의(會意)는 "比類合誼, 以見指휘"(종류를 나란히 놓고 의미를 결합하여 그 지시하는 뜻을 나타낸 것)라 하여 의미들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글자를 그 범주로 보았습니다.
회의자의 분류
일반적으로 회의자들을 분류하는 방법으로는 결합의 방식에 따라 네 가지로 구분합니다.
▷ 동일한 글자들끼리 결합하는 '동체회의(同體會意)'로 '林(림)', '炎(염)', '竝(병)', '品(품)' 등의 예를 들 수 있습니다.
▷ 다른 개별적 글자들을 결합해 새로운 의미를 만드는 방식의 '이체회의(異體會意)'로 '信(신)', '明(명)', '休(휴)', '男(남)' 등의 예를 들 수 있습니다.
▷ 결합되는 글자의 획이나 모양을 줄이거나 변형하는 방식의 '변체회의(變體會意) 또는 생체회의(省體會意)'로 '孝(효)', '存(존)', '充(충)', '晝(주)' 등의 예를 들 수 있습니다.
▷ 의미의 결합이면서 발음 역할까지 하는 글자들인 '겸성회의(兼聲會意)' 혹은 '회의형성자(會意形聲字)'로 예를 들어 '依(의)', '忍(인)', '抱(포)' 등을 들 수 있습니다.
회의자(약속한자)의 활용
앞서 다룬 상형자와 지사자들이 단독적인 형체를 지닌 독체자(獨體字)였다면, 회의자(會意字)와 다음에 다룰 형성자(形聲字)는 두 글자 이상이 결합되는 방식의 합체자(合體字)들로 한자의 무한한 발전의 중심임과 동시에 한자 활용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효율적인 한자이해의 핵심으로 정의될 수 있습니다. 물론 회의자는 생성 자체로부터 지닌 한계인 새로운 발음 부여로 인한 난해한 점을 완전히 극복할 수 없었기 때문에 겸성회의자들로부터 시작되어 완전한 형성자로 한자 이해의 중심축을 넘겨주기는 하지만, 한자를 단순 암기가 아닌 이해하는 측면으로 접근할 때 가장 이상적인 방법으로 제시할 수 있는 구성원리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 가치는 무궁할 것입니다.
여기서는 회의 한자들의 구성 방식 그대로 구분해 4개의 분야로 나누어 한자들을 묶었습니다. 한자의 자원(字源)에 대해 올바로 이해하고 한자의 발전과정과 필순, 그리고 예시단어나 성어, 파생되는 한자들과 구별해야 할 한자 등도 참고 하세요.
다만 육서의 분류나 자원의 설명은 <설문해자>를 중심으로 자전들과 일반적인 학설을 바탕에 두었습니다. 이설(異說)이 많기 때문에 이곳의 분류나 해설이 정확하다고는 확신할 수 없는 점을 재차 밝혀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