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의사 소통 수단으로 문자를 만들게 된 후 사물의 모양의 본따 그리는 상형자(象形字)만으로는 의미 전달의 한계에 부딪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한계는 상징적인 부호를 표시하는 방법으로 극복 되었는데, 이와 같이 상징적인 부호를 사용해서 구체적 사물의 모양으로 표현이 안 되는 추상적인 개념들을 표시한 문자를 지사자(指事字)라 합니다.
《설문해자》의 설명에는 "指事者. 視而可識, 察而見意."이라 하여 일반적으로 '보아서 그 뜻을 알 수 있고 자세히 살펴서 뜻을 나타낼 수 있는 글자'를 지사자의 범주로 보아 '上'과 '下'를 그 예로 들고 있습니다.
지사자의 구성방식은 보통 두 가지로 구분합니다.
▷ 첫 번째는 순수하게 상징적인 부호만 사용해서 독립적인 글자를 만드는 방법으로 '단독 지사(單獨指事)'라고 표현할 수 있는데, '一(일)', '上(상)', '下(하)' 등의 예를 볼 수 있고, 여기에는 본래 글자를 변형해서 만들어지는 변체지사(變體指事)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두 번째는 기존의 상형자에 표현하고자 하는 의미를 부호로 첨가해서 글자를 만드는 방법으로 '합체 지사(合體指事)'라고 표현할 수 있는데, '本(본)', '末(말)', '刃(인)' 등의 예를 찾을 수 있습니다.
지사자의 특징적인 면은 먼저 추상적인 의미를 표현하는데, 곡직(曲直)의 선이나 점 등으로 표시한다는 것과 지사자는 상형자와 함께 글자의 모양을 더 이상 쪼개거나 분해할 수 없는 단독 형제의 글자[독체자(獨體字)]라는 것입니다. 곧, '本', '末'의 '-' 부호는 독립적인 글자의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결국 지사지는 상형자와 함께 한자 이해의 가장 기본적인 바탕이 되고, 모든 한자들의 출발점이기 때문에 상형자나 지사자를 결합해서 새로운 글자들을 만드는 회의자(會意字)와 형성자(形聲字)를 효과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첩경이 될 것입니다.
여기서는 지사 한자의 기본인 숫자들을 포함해 모두 3개의 분야로 나누어 한자들을 묶었습니다. 한자의 자원(字源)에 대해 올바로 이해하고 한자의 발전과정과 필순, 그리고 예시단어나 성어, 파생되는 한자들과 구별해야 할 한자 등도 참고 하세요.
다만 육서의 분류나 자원의 설명은 <설문해자>를 중심으로 자전들과 일반적인 학설을 바탕에 두었습니다. 이설(異說)이 많기 때문에 이곳의 분류나 해설이 정확하다고는 확신할 수 없는 점을 재차 밝혀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