曲(곡) 굽히다 / 學(학) 배움 / 阿(아) 아첨하다 / 世(세) 세상
책거리 민화 우리는 주변에서 '배운 도둑이 더 무섭다'라는 말을 실감할 정도의 교활한 인물들을 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신의 배움을 이용해서 세류(世流)에 영합하는 사이비(似而非) 지식인들을 보면, 순박한 도둑보다 더 이맛살을 찡그리게 되는데, 오히려 그것이 우리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최소한의 양심(良心)이 아직은 남아있는 것 같아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집니다. 이와 같이 세류에 영합하는 중세 간신배의 대표적 행태로 표현하던 말이 곡학아세(曲學阿世)입니다. '배움[學]을 굽혀[曲] 세상[世]에 아부한다[阿]'는 의미를 지닌 曲學阿世는 과거 '지당대신(至當大臣)'들의 실상을 그대로 드러내는데, 현대의 우리 사회에서도 청렴결백(淸廉潔白)한 세상을 지향하는 차원에서 곡학아세(曲學阿世)의 폐해를 바로잡으려는 자세가 필요하리라 봅니다.
이야기의 출전은 사마천의《사기(史記)》〈유림전(儒林傳)〉이나《십팔사략(十八史略)》〈서한(西漢)〉등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다음은 배경 이야기의 줄거리입니다.
전한(前漢)의 4대 황제인 효경제(孝景帝)때 제(齊)나라 지역인 산동(山東) 출신으로 90세의 늙은 신하였으나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이든 두려워하지 않고 직언(直言)을 하는 강직한 성격을 지닌 원고(轅固)라는 사람이 박사(博士)로 등용되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곧은 언행(言行)으로 인해 자신을 비방하고 헐뜯는 자들이 많았습니다.
원고와 함께 등용된 소장학자 공손홍(公孫弘)도 원고라는 늙은 신하를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으나, 원고는 공손홍에게 태연한 자세로 이르기를,
"요즘 학(學)의 도는 어지러워지고 속설(俗說)이 유행하고 있네. 이대로 방치해두면 유서(幽緖) 깊은 학의 전통은 마침내 사설(邪說)로 말미암아 그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네. 그대는 다행히 젊고 호학(好學)의 선비라고 들었네. 부디 올바른 학문을 열심히 배워 세상을 넓히도록 노력하게. 절대로 자기가 옳다고 믿는 학설[學]을 굽혀[曲] 세상[世]의 속물들에게 아첨하지[阿] 않기를 바라네.”
공손홍은 원고의 절조를 굽히지 않는 훌륭한 인품과 풍부한 학식에 감복하여 자신의 무례함을 사과하고 그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그 후 당대의 이름 있는 시인(詩人)들은 거의 원고의 제자였다고 합니다. 《史記》〈儒林傳〉
절개와 지조를 꺾는 변절(變節)이라는 말을 듣는 사람들도 교묘한 변명으로 자신을 정당화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원칙과 상식에 어긋나는 변절이라면 그것은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불의(不義)에 타협하지 않는 곧은 절개로 권력과 명예 앞에서도 초연한 사람들을 접하면 저절로 존경하는 마음으로 숙연해지는 것입니다.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를 위해서 항상 자기 작은 것에서부터 바로 잡아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리라 봅니다..
한자(漢字)의 활용(活用) |
曲 |
(곡) |
1. 굽다 : 曲直(곡직), 曲線(곡선), 2. 바르지 않다 : 曲筆(곡필)
3. 곡조 : 歌曲(가곡), 作曲(작곡), 4. 동네 : 坊坊曲曲(방방곡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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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 |
(학) |
배우다 : 學問(학문), 學生(학생), 敎學相長(교학상장) |
阿 |
(아) |
1. 아첨하다 : 阿附(아부), 阿諂(아첨), 2. 언덕, 3. 치우치다 |
世 |
(세) |
1.세대 : 世代(세대), 2. 세상 : 世上(세상), 世俗五戒(세속오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