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납일[납평]
들어가며
臘日은[嘉平節(가평절)] 중국에서 시작된 풍속이지만 오행신앙(五行信仰)에 의해 시대와 나라마다 납일을 정하는 방식이 달라 동지(冬至) 후 세 번째 술일(戌日), 진일(辰日) 등으로 이어왔는데, 우리나라는 조선시대에 와서 동지(冬至) 후 세 번째 미일(未日)에 해당하는 날을 납일(臘日)로 정하고 종묘(宗廟)와 사직(社稷)에 큰 제사를 지냈습니다.
이수광의 <지봉유설(芝峰類說)>에 "오색(五色)으로 청제(靑帝)는 미랍(未臘)에 해당하니, 오행(五行)으로 목(木)에 해당하고 목(木)은 방위로 동(東)에 해당하기에 동방(東方)에 위치한 우리나라는 미일(未日)로 정해졌다."라는 설(說)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2003년의 납일을 따져보면 양력(陽曆)은 서기 2003년 1월 22일이고, 음력(陰曆)으로는 임오년(壬午年) 12월 20일{乙未日}에 해당합니다.
臘享 (납향)
臘(랍)은 <설문해자(說文解字)>에 의하면 왼쪽 부분은 육(肉)변이고 오른쪽 부분은 '랍'의 발음으로 의미는 '백신(百神)에게 제사 지내는 것'이라 했습니다.
그래서 납일에 한 해 동안의 일이나 농사 결과를 하늘에 고하는 제사를 납향(臘享) 또는 납제(臘祭)라 합니다. 납향으로 인해 납일(臘日)의 명칭이 정해졌고, 12월을 납월(臘月)이라 불리는 것도 여기에서 연유합니다.
국가에서는 이 날 새나 짐승을 잡아 종묘(宗廟)와 사직(社稷)에 공물(供物)로 바치고 제사를 지냈는데, 사맹삭(四猛朔;춘하추동의 각 첫 달인 1,4,7,10월의 삭일 제사)과 함께 5대제향(五大祭享)으로 중요시했고, 민가에서도 혹 제사를 지냈습니다.
또한 제향에 사용하는 제물(祭物)에 관련된 일화(逸話)가 있습니다. 납향의 제물은 멧돼지와 토끼를 쓰는데, 조선조 후기 정조(正祖)대에 경기도 산골 군(郡)에서 국가에 헌상할 멧돼지를 잡기 위해 온 군민이 동원되는 폐단을 없애고자 정조 임금이 서울의 포수에게 명해 용문산(龍門山)이나 축령산(祝靈山) 등에서 직접 잡아 사용하게 했다고 합니다.
臘藥 (납약)
조선시대에 궁궐(宮闕)에서는 내의원(內醫院)에서 여러 종류의 환약(丸藥)을 지어 올리고 임금은 이를 신하들에게 하사(下賜)했는데, 이를 납약(臘藥) 또는 납제(臘劑)라고 합니다. 특히 심경(心經)의 열을 푸는 청심환(淸心丸)과 열을 내리는데 쓰는 안신환(安神丸), 곽란{한여름에 급격한 토사(吐瀉)를 일으키는 급성 병}을 다스리는데 쓰는 소합환(蘇合丸)이 가장 중요한 약이었습니다.
또한 정조(正祖)대{1790년}에는 소합환 보다 더욱 효과가 있다는 제중단(濟衆丹)과 광제환(廣濟丸)을 만들어 군졸(軍卒)들의 구급(救急)에 사용토록 했다고 합니다.
民間風俗 (민간풍속)
■새잡이 : 납일에 잡는 짐승의 고기는 사람에게 모두 좋다고 하는데, 특히 참새를 잡아 어린아이에게 먹이면 마마를 곱게 한다고 하거나 병약(病弱)한 사람에게 좋다 해서 그물이나 총을 사용해서 참새를 잡습니다.
■납설수(臘雪水) : 납일에 내린 눈을 녹여 그 물을 납설수(臘雪水)라 하는데, 약(藥)으로 쓰고 그 물에 수건을 적셔두면 벌레가 생기지 않는다고 합니다.
또한 납설수(臘雪水)는 김장독에 넣으면 맛이 변하지 않고, 의류와 서적의 좀을 막을 수 있으며, 눈을 씻으면 안질(眼疾)을 막고 눈이 좋아진다고 합니다.
■엿 고기 : 충청.호남지방에서는 납일에 엿을 고는 풍속이 있습니다. 당분(糖分)의 섭취를 위한 엿 고기는 주로 납일날 밤에 시작해서 다음날 아침에 완성이 됩니다.